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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at 13-02-12 19:26
Southern Land / 김승곤
 written by 관리자
 
사투리로 그리는 남녘의 대지
 
 
이정록은 남녘땅의 실물대의 지도를 펼쳐서 보여준다. 그 지도에 나오는 지명들은 물론 모두가 한글로, 그것도 진한 남도 토박이의 사투리로 쓰여 있다. 그가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얼마나 긴 거리를 걷고 얼마나 긴 거리를 헤매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의 지도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 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지평선, 실루엣으로 서있는 동구밖 당산나무밑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어지럽게 널려진 잡목림, 넓게 펼쳐진 논과 밭 그루터기에 허옇게 내려앉은 서리, 흐느끼듯 흘러내리는 산자락.....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서있다. 어느 것 하나도 자기주장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서있다. 그의 동공은 어슴푸레한 광선속에서 모습을 떠 올리고 있는 대지와 대지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받아들이기라도 할 것처럼 넓게 열려있다. 설사 그가 아무리 많은 거리를 이동한다 할지라도 남녘땅을 찍는 한 그의 풍경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의 가슴에는 언제나 남녘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눈이 아니라 바로 가슴으로 땅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겁고 부드러운 대기가 대지를 온통 감싸버리는 이른 아침이나 오후의 늦은 시간대를 선택 한다. 그가 남겨 놓았을 발자욱은 시간의 풍화작용에 의해서 지워져 버릴지 모르지만, 백년 전에도 천년 전에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던 그 땅은 천년 후에도 만년 후에도 그곳에 그런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의 가슴속에, 한국인의 기억 속에 그려진 남녘땅의 원풍경이기 때문이다.
 
정일한 화면 속에서 사물은 어느 것 하나도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사물자체가 그림자다. 동일한 모노톤의 대기에 짓눌린 풍경속에서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곳엔가 있을 무덤의 모습을 눈길로 더듬어 찾는다. 그리고 그 조그맣고 둥그런 무덤들은 예외없이 밭 이랑 사이나 완만한 구릉위나 소나무 아래에 다소곳이 엎드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비록 어둠에 묻힌 무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의 사진에서는 깊은 시름을 담은 상두꾼의 노래 가락과 긴 자락을 끌며 늦가을의 들녘을 가로지르는 아낙네의 자지러 질 듯 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대나무 끝에 매달려 펄럭이는 무수한 흰 깃발들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가을 마다 황금빛 곡식들로 술렁이고 있었을 들녘은 그러나 단 한차례의 기쁨의 목소리도 내 지르는 일도 없이 한스러운 몸짓으로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뿐이다.
 
이정록이 보여주는 사진은 그 땅에 떠돌고 있을 망자와 정령들에게 보내는 진혼곡이다. 그는 아직 젊지만 대지의 특유한 내음을 맡을 수 있는 본능적인 감각을 갖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의 가슴이 언제나 남녘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승곤 (사진평론) / 1998
 
 
 
 
The Southern Land Depicted with An Accent
 
Lee Jeong-rok unfolds to us the life-size map of the southern land. All of the place names seen on the map are written in Korean, and that, with a heavy southern accent. I do not know how long he has walked and wandered to draw the map. His map has all things fused into one. The sky-touching horizon, the copses standing as a silhouette in disarray over the low-lying ridge under the guardian tree on the outskirts of the village, the white frost covering the stubbles in the wide paddies and fields, the foot of the mountain draped as if sobbing ... they have stood there since long ago. While none of them assert themselves, all things by necessity stand just like that. His pupils are wide open as if to receive the land and everything lying on it that loom in the dim light. Now matter how far he may move, his landscape does not change, so long as he takes pictures of the southern land. For his heart always has the southern wind blowing in it. For he looks at the land, not with his eyes, but with his heart. The artist chooses early morning or late afternoon hours when the heavy and soft atmosphere shrouds the entire land. Those footprints that he must have left there may be erased by the action of the weather, but the land that had the same appearance a century ago, and a millennium ago, should maintain such appearance there a millennium or ten thousand years from now. For it is the original southern landscape delineated in his heart, in the memory of the Koreans.
 
In the sedate picture, none of the things have shadow with them. All things are shadows in themselves. In the landscape pressured by the monotonous atmosphere, my eyeglance half-unconsciously frisk looking for the grave that must be somewhere around there. Soon, I get to see that those tiny, round tombs are gently prostrate without exception between furrows, above a gently sloping hill, or under a pine tree. Or, although the grave buried in the dark may remain invisible, in his photography, I hear the heavily-laden strains of the poll-bearers and a woman's frightening cry that reverberates in the field. I can see countless white streamers fluttering from bamboo tops. Yet, the field that must have teemed with golden crops every autumn is to remain like that in a regretful gesture without heaving a joy even once.
 
Lee Jeong-rok's photography is a requiem offered to the deceased and spirits that must loiter in the land. I think that despite his young age, the artist has the instinctive sense that catches the unique scent of the land. In that case, it would be because his heart is filled with the wind that always courses across the southern fields.
 
 
Kim, Seung Gon (photo critic) /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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