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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at 13-02-12 19:41
Aquarium / Artist Statement
 written by 관리자
 
Aquarium
 
 
아쿠아리움은 수족관이다. 수족관 하면 온갖 진귀한 바다생물을 한데 모아 살아있는 채로 보여주는, 흔히 63빌딩에 있는 그것을 떠올린다. 그곳은 마치 솜사탕을 한손에 들고서 즐겁고 신기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연신 놀라움에 감탄사를 질러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어느 단란한 가족이 즐겨 찾는 동물원과도 그 기능이 흡사하다.
 
즐거운 곳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유리벽 안쪽은 이곳은 철저히 인공이다. 자연계의 냉엄한 먹이사슬의 법칙은 인간의 의해서 그 기능이 소멸되었으며 사계절 바뀌는 수온의 변화나 거센 물결 따윈 이곳에 없다. 오로지 진귀한 바다생물들이 그저 오래 그곳에서 무탈하게 잘생긴 자태를 뽐내면서 살아 있어주면 된다. 그래서 그곳은 위조된 공간이다.
 
언제부턴가 난 쪼그리고 앉아서 수족관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들여다 본 수족관은 63빌딩에 있는 즐겁고 화려한 수족관이 아닌 작업실 근처 횟집 골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것들이다. 그 수족관들의 목적은 손님들에게 팔 횟감의 신선도를 증명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일 게다. 그 안에는 이름마저도 너무도 익숙한 우럭, 돔, 농어 등의 바다생명들이 있다. 한때 어느 바다 속에서 먹이사슬의 당당한 몫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영토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녔을 그들은 이제 비좁은 공간에 있다. 참을 수 없는 미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덥석 물어버려서 혹은 재수가 없어서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삶을 박탈당했을 게다.
 
이젠 자신의 생살이 어떤 인간의 한 끼 식사가 될 그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숨이 멈추지 않을 만큼의 최소한의 전기를 이용한 탁한 산소가 공급된다. 좁은 곳에서 서로 엉켜있기에 그들의 피부는 상처투성이다. 그들의 생명 자체가 희생물이 되기 위해서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인간사회 역시 하나의 수족관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역시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희생물이기 때문이다. 명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크레딧카드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그 순간부터 그 삶은 거대한 자본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그의 자유는 박탈되며 열악하고 불안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이자를 갚아가기 위해서 목에 날카로운 낚시 바늘 하나가 박힌 채 그의 삶은 존재한다. 또한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젊은 날의 꿈을 잃어버린 채 사랑의 이름으로 가정이라는 수족관에 갇히고 만다. 이 사회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참기 힘든 미끼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인간들은 모두가 낚시 바늘 한두개 쯤 목에 박고서 탁하고 좁은 수족관에 갇혀서 무언가의 희생물이 되어 있다.
 
난 오늘도 수족관을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수족관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게 아마도 결혼하고 분가해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세대주가 된 직후가 아닌가 싶다. 뿌연 산소가 탁한 물을 뚫고 수면위로 올라간다. 그 사이에 힘없이 떠있는 상처 받은 물고기의 눈을 들여다 본다. 아니 인간의 모습을,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헤엄치지도, 떠오르지도, 가라앉지도 않고 침묵과 아픔 속에 정지해 있는 물고기. 물고기는 때로 아픔에 겨운 나머지 입을 벌리지만 물에 에워싸여 있어 소리기 나지 않는다. 거품이 수면위로 올라갈 뿐이다. -유미리 물고기가 꾼 꿈 중에서...
 
 
이정록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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