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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at 13-02-12 19:39
Clarias / 박주석
 written by 관리자
 
Clarias
 
 
미술사적 관점에서 볼 때, 낭만주의의 관념적 태도를 극복하면서 전개된 사실주의 시대의 위대한 산물로 등장한 사진은 이러한 발생 배경과 사물의 외관을 탁월하게 기록해내는 그것의 한 특징 때문에 항상 사회적 기록과 증명의 도구 그리고 자유분방한 예술과 표현의 매체라는 상호 대립되어 보이는 두 가지 기능의 양자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다분히 기계적인 것에 대응하는 수공적인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편견과 현대사회의 제도화 과정에 끼친 사진의 사실 증거능력에 대한 과신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동시에 사진은 이 두 가지의 대립적 기능을 모두 잘 수행할 수 있는 현대적 매체라는 점과 그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과 과신과 불신감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진가나 그것의 수용자 모두에게 동시에 존재해온 모순적 태도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의 역사는 양자 중 어느 한 가지 기능으로 사진의 가능성을 한정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해왔으며, 오히려 사진의 무한정한 잠재적 가능성을 드러내 보임과 동시에 더 나아가 상호 대립되어 보이는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고 기존 예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하되 매체의 능력과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매체 실험적 노력은 항상 일정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진가 이정록은 사실 1998년 당시 <남녁땅>이란 제목의 전시를 하면서 전통의 흑백사진을 선보였고, 사진 자체의 매체적 특성을 잘 이용하는 솜씨 있는 작가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록의 이번 <크라리어스, Clarias>는 그런 구각을 스스로 떨쳐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 형식의 생산자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매체에 대한 적극적인 형식적 실험을 시도했고 또 그러한 실험이 나름의 형식적 완결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우선 이정록은 우리가 보는 이미지의 근간은 사진으로 하면서, 그 사진 위에 실물의 영상을 겹쳐 사진과 실물(여기서는 물고기의 자유롭지만 한정된 공간의 이동)이 상호 간섭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라는 이차원의 평면과 물속에서 유영하는 크라리어스라는 사차원의 실물 세계를 혼합시켜 이차원과 사차원 세계의 애매모호한 혼재를 보여주는 생소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편 이정록의 이번 작품 <크라리어스>는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에 천착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환기시키는 작가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앞서 거론한 <남녁땅> 작업을 통해서도 자신이 성장하고 심미적으로 익숙해진 호남지방의 들녘을 흑백의 톤으로 해석한 바 있었다. 이번 작업의 경우에도 작가가 몇 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 속에서 낯설고 부유하는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크라리어스>라는 다소 낯설어 보이는 물고기에 빗대어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고기는 먹이가 있을 때는 자신의 한정된 영역을 지키지만, 그 먹이가 소진되면 살던 장소를 버리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편안하지는 않다. 숨 가쁘고 힘들고 낯선 세계로의 이동이지만 그건 생존의 방식이고 전략일 뿐이다. 작가가 미국 생활에서 느낀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이정록의 작업은 아주 실험적인 사진의 표현형식과 기법, 그리고 확장된 영역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자기 정체성의 보편화라고 하는 예술적 힘을 내보이고 있다. 자기 삶과 환경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진솔함 그리고 여기에 걸 맞는 형식적 실험, 이정록의 사진작업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문장이 아닐까 한다.
 
 
 
박주석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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